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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꺼삐딴 리 - 전광용] 기회주의자가 보여주는 권모술수의 끝판왕

by 라이징 포스트 2023.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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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광용

 

[꺼삐딴 리 - 전광용] 기회주의자가 보여주는 권모술수의 끝판왕

 

 

1. 꺼삐딴 리의 배경, 꺼삐딴 리 뜻


"꺼삐딴 리"는 한국 소설가 전광용(1919년 3월 1일~1988년 6월 21일)의 단편소설이다. 현대 소설이며 제7회 동인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사상계 1962년 7월 호에 발표되었으며 분량은 약 50페이지 정도로 짧은 편이다.

 

일제강점기 후반 ~ 광복 후 대한민국 초반을 배경으로 하며, '이인국'이라는 기회주의자 의사의 이야기다. 제목의 꺼삐딴은 영어 단어 캡틴(captain)에 대응하는 러시아어 카피탄(Капитан)이 와전된 표기다.(영어로 말하자면 "캡틴 리"라고 할 수 있다) 권모술수의 끝을 보여주는 어떻게 보면 씁쓸할 정도로 현실적인 내용이다.

 

 

2. 주요 캐릭터 소개

  • 이인국 : 소설의 주인공이자 기회주의자. 원래는 병원장이었지만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들 딸을 하나씩 두었고 두 번째 아내인 혜숙과의 사이에서도 아들을 하나 더 얻었다.
  • 혜숙 : 이인국의 두 번째 아내로 원래 이인국의 병원에 고용된 간호사였다. 이인국이 거제도 수용소에서 첫 아내와 사별한 후 그와 재회하여 결혼했다. 
  • 스텐코프 : 소련군 육군 소좌. 수감 중인 이인국이 소내에 전염병이 도는 걸 미리 발견하고 구호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와 친해졌고, 이인국이 그의 혹 제거 수술을 무상으로 완벽하게 해 준 것을 계기로 그를 '캡틴 리(꺼삐딴 리)'라고 부르게 된다. 이후 원식의 소련 유학을 도와줬다.
  • 브라운 : 미국 대사관에서 일하는 사람. 나미의 미국 유학을 도와줌.
  • 이나미 - 이인국의 딸.
  • 이원식 - 이인국의 장남.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금수저 집안 이야기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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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꺼삐딴 리 줄거리

이인국 박사는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 서울의 유명 2차병원의 병원장이다. 전공은 외과이지만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도 들여서 대형 병원을 만들어 놓았다. 첫 아내와 사별했지만 20살 연하인 간호사이었던 혜숙을 후처로 삼아 늦둥이 아들을 낳고 살고 있다. 큰아들은 소련의 의과대학으로 유학을 갔으나 6.25 전쟁 이후 소식이 끊겼고 딸은 미국으로 유학가서 미국인 교수와 결혼하기로 했다.

한편 이인국 박사는 자신의 의사 경력을 빛내기 위해 미국행을 준비하던 참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급 대우인 미국 국무성 초청 케이스로 미국에 가기 위해 예전에 주한 미국 대사 브라운씨에게 부탁을 한 적이 있었다. 확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인국 박사는 차를 타고 브라운 씨의 관사로 간다. 출발하기 전 석간신문을 읽으면서, 그리고 운전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이인국 박사는 평양의 유명 외과병원 원장으로 결벽증적인 깔끔함과 꿈에서조차도 일본어를 고집하는 깐깐한 성격이다. 주 고객은 일본인이나 친일 조선인 부호 등으로, 가난한 이들이나 불령선인(일본이 자신의 명령, 지도를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조선인들을 칭하는 용어)은 가차없이 내치는 인물이었다. 해방 후인 현재는 높으신 분들이나 재벌이 주요 고객이다.


8.15 광복 이후 소련군이 진주하게 되고 로스케의 신탁통치가 시작되자 친일반민족행위자 색출 및 처벌이 시작된다. 소식을 접하자 이인국은 '잠꼬대도 일본어로 할 정도'로 철저한 일본인으로 살며 수여받은 "국어 상용의 가"(國語常用の家) 액자 내용물을 갈기갈기 찢어 흔적도 없애 버리고 치안의 안정을 위해 무기를 반납하라는 방송을 듣고 사냥을 위해 구입한 신품 영국제 산탄총을 떠올린다.

그런데 하필이면 자신이 치료를 거부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춘석에게 딱 걸려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찍혀 형무소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애지중지하던 회중시계를 소련군 병사에게 빼앗기게 된다. 이 시계는 이인국이 제국대학을 졸업할 때 받은 수상품이며 뒤쪽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자기 전에도 비상용 금고에 넣고 자는 등 이인국에는 인생의 반려와도 같은 물건. 설상가상으로 형무소에서는 온갖 욕설과 구타에 시달렸다.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때마침 형무소에 이질 환자가 발생하였는데 이들을 치료할 만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 없자 형무소장은 이인국을 불러 응급처치실에서 일할 것을 명령하면서 죽음을 앞둔 처지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의사라는 직업 덕분에 죽음의 위기를 면했기 때문에 이인국은 의사가 자신의 천직(天職, 타고난 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응급처치실에서 이인국은 스텐코프라는 이름의 소련군 장교가 높으신 분이란 사실을 깨닫고 잘 보이기 위해 성심성의껏 환자들을 돌보고 러시아어 교본을 구해 불철주야 러시아어 공부에 매진한다. 감옥에서 죄수들은 러시아어 교본 및 '당사黨史'(공산당 역사책)만 읽을 수 있었는데 이인국은 감방에 있던 선생이 나가면서 두고 간 러시아어 교본을 (작중 표현을 빌리자면) '생명의 열쇠'라도 되는 듯 읽었다고 한다. 스텐코프 역시 그런 이인국에 호감을 보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 친분 관계가 형성되고 말도 통하자 그의 턱에 있는 혹을 수술해 주겠다고 제안하였으며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쳐 스텐코프의 환심을 살 수 있었다. 참고로 서약서에는 "수술 실패 시 총살"이라고 적혀 있었다. 제목인 '꺼삐딴 리'는 수술이 성공한 후 스텐코프가 이인국을 칭찬하면서 그를 부른 호칭이다.

덕분에 이인국 박사는 아직까지도 불안불안하던 신변 안전을 완전히 보장받을 수 있었으며 상술한 소년병에게 빼앗긴 회중시계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친소 노선을 걷기로 결심하였으며 아들에게 러시아어를 배우라고 격려하였다. 그리고 아들을 소련에 유학보내라는 스텐코프의 추천으로 소련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아들을 모스크바에 유학까지 보냈지만 전쟁통에 이인국 박사의 가족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소식이 두절되었다.


회상이나 언급을 통해 보면 6.25 전쟁이 발발하고 청진기와 회중시계 하나만 들고 남한으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이 와중에 아내는 거제도 피난민 수용소에서 병사했다. 후처인 혜숙은 1945년 이미 이인국의 병원에서 일하던 인물로 20년 연하인데 어쩌다 보니 결혼하게 되었다.

남한에서도 뛰어난 의술 덕분에 미군의 환심을 사게 되고 그 지원으로 대형 병원의 원장으로 지내게 되자 이번엔 친미 노선으로 갈아탔다(우디르급 태세전환). 유학 간 아들의 생사는 불명인 상태였고 대신 딸이 하나 있었는데 이 딸 역시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딸의 이름은 나미. 본래는 나미코(奈美子)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해방이 되자마자 이인국 박사는 친일 행적을 지우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나미로 바꾼 바 있다.

친미파라서 자식을 유학보낸 것도 있고 어제까지 언니였던 또래 나이의 간호사가 새엄마가 된다는데 문제가 있어서 불편한 가족 분위기 때문에 본인이 도피성으로 간 것도 있다. 원래는 나미도 혜숙을 언니처럼 따랐고 아버지와 혜숙의 재혼에 찬성했다. 아버지의 외로움을 동정했기 때문도 있지만 나미 자신도 아버지의 시중이 힘에 겨웠고 혜숙이 사실상 아버지의 뒤치다꺼리를 했기 때문. 그러나 막상 아버지와 혜숙이 재혼하고 나니 혜숙을 어려워했다고.

 


그 후 딸은 미국인 동양학 교수와 눈이 맞아 결혼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 미국인 교수는 나미가 영어영문학과를 택했을 때 개인지도를 해 줬을 뿐만 아니라 장학금을 얻게 해 주기도 했고 유학 절차의 재정 보증인을 알선해 주기까지 했다. 이인국 본인도 이게 웬 떡이냐고 내친 김에 나미가 미국 유학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고 더군다나 "이왕이면 한국 여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밑밥을 슬쩍 던지는 미국인 교수의 말에 그 한국 여성이 자기 딸을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고 '자기의 학문을 위해 탁월한 견해'라며 찬성까지 해 준지라 이제 와서 이 결혼을 반대할 체면도 구실도 없어진 셈이다.

20세기 초중엽을 살아온 보수적인 인물인 이인국은 국제결혼을 탐탁찮게 여겨 죽 쒀서 개 줬다고까지 생각한다. 미국과는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지만 딸이 아예 인종이 다른 코쟁이 미국인과의 흰둥이 혼혈 손자를 낳는다는 걸 꺼림칙하게 여기기도 한다. 내선일체에 입각하여 일본인과 결혼해 일본인처럼 살아간다는 것에는 별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지만 인종이 아예 다른 사위를 맞는다는 것을 썩 내켜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늦둥이 아들이 대학 갈 때 유학 알선에 도움이 될 테니 코쟁이 사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마침내 딸의 결혼을 납득한다.

위와 같은 회상과 생각들을 하는 사이 이인국 박사는 브라운 씨의 관사에 도착한다. 이인국 박사는 중요 문화재인 고려 청자를 브라운 씨에게 선물하고 브라운 씨는 만족해한다. 영어도 개인 교습을 통해 갈고 닦아왔던지라 브라운으로부터 문법과 발음 면에서 칭찬을 받는 등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미국 국무성에서 통지가 왔다며 이인국 박사의 미국행이 성사되었음을 알려준다. 이인국 박사는 감사를 표현하며 며칠 뒤 휴전선 근방으로 사냥을 가자는 약속을 잡는다. 이인국 박사는 자신의 앞으로의 길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반도 호텔로 가는 이인국 박사의 모습과 함께 소설은 끝이난다(열린 결말).

 
꺼삐딴리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4. 꺼삐딴 리에 대한 평가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인국 박사는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며 친일-친소-친미 노선을 연속으로 갈아타며 애국심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거의 이완용급 태세전환).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는 배신과 아부도 서슴지 않는 인간말종이었으나 의술 하나만은 뛰어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의 처세술과 능력을 활용해 인생의 승리자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나쁜놈이 잘산다는 전형적인 한국식 결말....).

이는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한국 사회를 반영한 것으로 실제 매국노의 대명사인 이완용(원조 우디르, 태세전환의 달인)도 이와 비슷한 전적을 갖고 있다. 중간 단계인 친소만 빼면 많은 친일반민족행위자들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에 이 소설은 그런 친일파와 같은 매국노들의 삶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났을 때 굳이 남하한 건 소설 초반에 공산주의 계열의 사람들에게 찍혔기 때문에 전쟁 통에 벌어질 학살을 예견하고 몸을 피한 것으로 해석하면 크게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이후 북한이 박헌영, 김원봉 등이나 김일성의 동료들마저도 수상하다 싶으면 숙청한 것을 생각해 보면, 이인국 역시 월남하지 않았으면 진짜 죽었을지도 모르니까.

생각해 보면 일제 때도 적극적으로 한국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의술을 바탕으로 일본에 귀화하거나(쉽지는 않았겠지만) 차후 소련행을 택하는 선택지가 있았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국에 남아 있었다. 자신의 피붙이를 보낼 망정. 게다가 이인국 정도씩이나 되는 고학력자이자 상황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이 소련 체제의 폭압성이나 통제, 규제 사회가 답이 없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북한에 거주하게 되면서 그나마 살 구멍인 소련행이 있었기 때문에 아들을 유학 보냈을 뿐이란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럽다.

그나마 인간적인 부분이 있다면 딸인 나미를 꽤나 애지중지 했다는 것이다. 나미가 미국으로 떠난 후에는 새 아내와 늦둥이가 옆을 지키고 있음에도 여전히 나미의 빈 자리를 느끼며 허전해한다거나 나미가 미국인 교수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분노를 터뜨리지만, 차마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하고 그저 "충분히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라"라고 마지못해 허락하는 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겸사겸사 딸을 만나러 미국행 절차를 밟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 꺼삐딴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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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삐딴 리 전문

꺼삐딴 리 전문 수술실에서 나온 이인국(李仁國) 박사는 응접실 소파에 파묻히듯이 깊숙이 기대어 앉았다. 그는 백금 무테 안경을 벗어 들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 등골에 축축이 밴 땀이 잦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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