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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국 맥주는 왜 이렇게 맛이 없는 걸까?

by 라쿤 포스트 202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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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길 맥주 짤, 청량한 맥주가 땡기는 하루다 ⓒ맥스

 

한국 맥주는 왜 이렇게 맛이 없는 걸까?

 

한국 맥주는 대체적으로 '부드러운 목넘김'이 강조된 맛이다. 연한 풍미, 강렬한 탄산, 가벼운 느낌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런 타입의 맥주는 맛이 강한 맥주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나라마다 스타일과 맛이 다 다른 것처럼 한국산 맥주도 한국인의 입맛에 적합하게 발달했다. 일종의 현지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한국 맥주들은 국내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오랜 세월 동안 한국 요리와 함께 발전해 왔다. 한국 맥주는 밥을 먹으며 마실 반주로서는 굉장히 뛰어나다. 맥주는 ‘풍미’가 강하면 강할수록 입에 들어간 음식의 맛이 변할 우려가 있다. 와인처럼 그러한 맛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먹는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이다.

카스 광고를 찍은 고든 램지 ⓒ카스

 

고든 램지가 한국 맥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바로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한국 네티즌들은 “OB에서 돈을 얼마나 쥐어준 거냐”는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엄연히 램지 본인이 인정한 사실이다.

 

카스가 맛있다는 고든램지를 풍자한 한 네티즌의 짤

 

이런한 장점들을 차치하고, 한국 맥주는 맥주 본연의 맛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맛의 맥주는 ‘맥주’로서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평도 있다. 하지만 국산 맥주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크래프트 맥주들이 아닌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부가물 라거에 한정된다. 따라서 맛없는 국산 맥주 혹은 한국 맥주가 지칭하는 대상은 전체 한국 맥주가 아닌 부가물 라거와 드라이 맥주, 발포주들에 한정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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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미각을 자극할 요소 자체가 없어서 말 그대로 ‘맛’이 없다. 밍밍해서 맛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즉 탄산과 알코올이 들어간 보리차 맛이다. 한국 대기업의 부가물 라거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맥주는 기호품이기 때문에 취향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개인의 취향일 뿐이지 전반적인 평가를 뒤집을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태임 카스 광고

 

유명한 맥주 평가 사이트인 BeerAdvocate와 RateBeer에서 국산 대기업 부가물 라거(+ 일본제 드라이 맥주, 미국식 부가물 라거)의 평은 최악이다. 즉, 음식은 분명히 취향을 많이 타지만, 일반적으로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며 선호되는 경우와 기피되는 음식이 분명히 존재한다. 개인 취향이 절대적이라면 미쉐린 가이드와 같은 공통적인 기준에 의한 음식 평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국내 맥주 시장에서 국산 맥주가 점유율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지만 소비자가 술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대형 할인마트와 편의점 맥주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수입맥주인 것이 현실이다.

 

레이싱 모델 신세하의 맥스 행사 ⓒ맥스

 

국산 맥주가 2012년부터 시작된 악평에도 불구하고 전체 맥주 출고량 중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에는, 주류 소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식당이나 유흥업소에서 다양한 맥주 라인업을 보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맥주로 카스와 하이트, 클라우드 같은 국산 맥주만 갖춰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의 선택권이 크게 제한받는 게 주된 이유다.

그러나 혼술 문화의 확산으로 식당에 비치되어 있는 국산 맥주 외엔 선택이 없던 답정너 상황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맥주 선택이 가능해진 2017년 맥주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맥주 수입량이 수출량에 비해 1억 달러 이상 많은 상황이다. 결국 2018년 상반기에서는 수입 맥주 소비량이 국내 맥주를 뛰어넘었다.

 

국내 맥주 시장에서 국산맥주는 영업 및 유통망과 가성비로 점유율을 그 동안 유지해왔으나 희석식 소주와 마찬가지로 낮은 평가를 받으며 결국 밀려나고 있다.

 

독일 맥주를 폭풍 드링킹하는 한 여성

 

정리하면,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국산 부가물 라거 맥주는 정통 맥주의 강한 맛을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 같은 일부 취향에 해당할만한 소비 대상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맥주의 맛이 너무 약해서 소맥이나 폭탄주용 맥주라는 악평을 받으며 희석식 소주와 마찬가지로 낮은 평가를 받는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유흥주점에서 놀 때나 쓰이는 싸구려 맥주라는 인식을 벗어나기 어렵다. 수입 맥주처럼 다양성이 없으면 한국 맥주는 앞으로도 계속 수입 맥주에 밀리는 신세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다양성을 공략하기 위해 롯데에서 클라우드라는 신제품을 내놓기도 했고 2017년에서는 정부가 청와대에서 초청 만찬을 열 때 대기업 맥주가 아닌 중소규모 크래프트 맥주인 세븐브로이 맥주들을 채택하기도 했다. 기업들 입장에서, 앞으로 국산 맥주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맥주 맛을 높인 제품을 출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